Page 97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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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지不正知, 바르지 못한 앎의 번뇌
대수번뇌심소의 일곱 번째 심소는 ‘부정지不正知(asamprajñānya)’이다. 부
정지는 대상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왜곡되게 이해하는 심리작용을 말
한다. 따라서 부정지는 대상을 바르게 이해하는 정지正知를 방해한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부정지에 대해 “관찰되는 대상에 대해서[於所觀境]
그릇되게 이해하는 것이 본성이다[謬解爲性]. 바르게 아는 것을 방해하여[能
障正知] 계율 등을 훼손하고 범하는 것이 작용이다[毀犯爲業].”라고 정의하고
있다.
첫째, 부정지의 본성은 대상을 그릇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쁜
것은 나쁜 것으로 알아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으
로 알아야 한다. 그와 같이 바르게 아는 인식이 없으면 나쁜 것을 좋은 것
이라고 생각하여 거리낌 없이 하게 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해
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
둘째, 부정지의 작용은 계율을 지키지 않고 범하는 것이다. 바르게 알지
못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히
계율에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되어 범계犯戒를 일삼게 된다. 그래서 『성유식
론』에서는 “바르게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계를 훼손하고 범하는 일이 많다[多
所毀犯].”고 했다. 실념이 기억해야 할 바를 놓쳐서 생기는 번뇌라면 부정지
는 대상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인해 생기는 번뇌라고 할 수 있다.
산란散亂, 제멋대로 마음이 흘러가는 번뇌
정신 줄을 놓고 대상을 바로 알지 못하면 마음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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