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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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아 놓아야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해야 할 바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
             이다. 문제는 마음에는 손잡이도 없고, 소나 말과 같은 고삐도 없는데 어
             떻게 정신에 줄을 묶는가이다. 연줄이나 가축의 목줄이 갖는 역할은 대상

             을 내 의지대로 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에 줄을 묶는다는 것은 인식

             이 깨어 있어 마음의 움직임을 잘 알아차리고, 의도치 않는 곳으로 흘러가
             지 않도록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
             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음이 깨어 있어야 해야 할 바를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으며, 엉뚱한

             곳에 정신이 팔려 실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가을 단
             풍에 빠져 산길을 배회하는 필자의 경우처럼 정신 줄을 놓칠 때가 많다. 그
             렇게 정신 줄은 놓으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고, 뜻하지 않게 일을 그르치

             게 된다. 그래서 유식학에서도 정신 줄을 놓은 상태를 번뇌로 설정하고 있

             다. 이번 호에 살펴볼 실념失念, 부정지不正知, 산란散亂이라는 세 가지 번
             뇌심소는 모두 정신 줄을 놓친 것이거나 그로 인해 비롯되는 번뇌라고 할
             수 있다.




                실념失念, 정신 줄 놓고 산란해진 마음


               정신 줄 놓고 있는 마음 상태와 상응하는 번뇌의 첫 번째는 8가지 대수

             번뇌심소 중에서 여섯 번째인 ‘실념失念(muṣitasṁṛtitā)’이다. 실념은 글자의

             의미대로 보면 ‘생각을 잃어버림’이라는 뜻이다. 생각을 잃어버린 상태라
             고 해서 의식 자체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있어야 할
             바른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실정념失正念’이라고 한다. 실

             정념이란 단지 기억의 망각이 아니라 마음이 혼란스럽고 산만해져 담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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