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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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4호 | 과학과 불교 17 | 대립의 세계 우리가 사용하는 언
대립과 연기법의 세계
어에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주
많다. 같고 다름, 길고 짧음, 멀고 가
까움, 크고 작음, 많고 적음, 무겁고
육상원융六相圓融하는 가벼움, 순간과 영원, 위와 아래, 상
대립 이전의 무아無我 승과 하강,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증가와 감소, 밝고 어두움, 양과 음,
풍요와 결핍, 정의와 불의, 참과 거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짓, 선과 악, 삶과 죽음, 태어나고 사
라짐, 생과 멸이 있다. 우리의 느낌과
관련해서도 깨끗함과 더러움, 희고 검
음, 아름다움과 추함, 덥고 추움, 배부
름과 배고픔이 있다. 과학 용어에서도
직선과 곡선, 운동과 정지, 입자와 파
동, 변화와 보존, 평형과 비평형이 있
다. 이 모든 대립적인 개념의 궁극적
인 지점은 아마도 있음과 없음, 유와
무, 존재와 비존재일 것이다.
사전에서 유의어와 반의어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언어는
양형진 고려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물리학 대립의 개념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과 교수. 연구 분야는 양자정보이론. (사)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 저서로 『산하대 우리 언어, 그리고 이 언어로 진행되
지가 참 빛이다(과학으로 보는 불교의 중 는 사고의 상당 부분이 대립적인 개
심사상)』, 『양형진의 과학으로 세상보기』
등이 있다. 념 체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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