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P. 67
사진 3. 기원정사 극락전 벽화.
의 당좌撞座 사이에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의 주악비천상 또는 공양비천상
을 새겨 놓았다. 이는 마치 동굴사원의 돔 천정에 그려진 비천상을 떠올리
게 하면서 생동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신라 범종만의 독특
한 양식으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신라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창작품이
다. 그러한 비천상은 고려, 조선시대 범종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데, 특히 비천상 주위에 생황, 젓대, 장고, 바라, 비파 등 불가를 상징하는
여덟 악기가 칠보처럼 둥실둥실 떠도는 모습을 새겨 놓아 천상세계에 음
악이 울려 퍼지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범종의 비천상의 예로서 현존하는 최고의 종이라 할 수 있는 상원사종上
院寺鐘에서는 종의 몸통 양면에 각기 두 비천상이 꽃구름 위에 서로 마주하
여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부조하였는데, 한 명은 비파琵琶를,
또 한 명은 생황을 불고 있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애
절한 전설을 담고 있는 성덕대왕신종(725년)은 상원사종과는 또 다른 특징
을 보여준다. 즉 당좌 사이 양면 공간에 조각된 비천상은 각기 한 명의 비
천이 꽃구름 위의 연화좌蓮華坐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공양드리는 모
습이다. 즉 두 손으로 향로를 받쳐들고 있는 경건한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천의天衣 자락과 보운寶雲이 한층 유려하고 신비하게 표현되었고, 인물 표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