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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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 옆을 지날 때는 음, 이대로도 좋
             아, 뭐 그런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습
             니다(사진 1).

               산을 오를 때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속도로 올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
             둘러  올라갔다가  서둘러  내려온다면
             거기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아무

             리 산자락길이라 해도 거기에는 끝없

             는 동물적인 움직임이 있고 기쁨이 있
                                                 사진 1. 새파란 산죽 옆을 지나며 위로를 받다.
             습니다. 우리는 이따금 머리에서 내려
             와 문자 그대로 다리로, 발로, 땅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산길 바닥에는 야자 매트를 깔아 놓아
             걷기에 편안합니다. 편하고 먼지가 나
             지 않아서 좋지만,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우리는 평

             생 흙먼짓길을 걸어왔습니다. 흙먼지가
             일고 울퉁불퉁한 그 길이 우리가 평생                 사진 2.  야자매트가 깔려 걷기엔 좋으나
                                                      발자국 소리가 그립다.
             걸었던 인생길이었습니다(사진 2).
               산은 아름답고 삶을 치유하는 기쁨을 줍니다. 산행이 아름다움의 탐구

             라면 겨울 산행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을까요? 자연의 이면에는 어둠이
             있고 동시에 떨어져 나뒹구는 죽음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단풍과 떨어지
             는 낙엽은 미묘하고 심오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낙엽은 우리가 죽는 순간

             에도 배워야 할 무언가가 남아 있다고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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