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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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하는 어떤 것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면 생을 마무리할 때 아쉬움과 회한의
표정이 아니라 선사들처럼 미소를 머
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어디쯤에서인가, 갑자기 새소리
를 듣고 깜짝 놀랍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이명과 난청으로 새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며 살고 있거든요. 발길을 잠
시 멈추고 귀를 기울이자 계속 새소리
사진 5. 산길이 깊어질수록 내 마음속의 가 들려옵니다. 음, 산속에 들어와서
소리가 깨어난다.
내 귀가 예민해진 걸까요. 산에 들어가
면 이상하게 귀가 잘 들린다고 합니다. 야생에서 예민해지는 것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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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뿐이겠어요. 야생으로 들어가면 내 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되살
아나는 듯합니다(사진 5).
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산은 현실을 직시하게 해줍니다. 행복
을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산에 오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산길을 걸으면 과잉 생각이 사라지면서 명상과 비슷한 경지에 이
를 수도 있습니다. 숨을 헐떡거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오늘 앞산에 숨은
보석 같은 길을 걸으면서 노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
인생의 황혼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는 생각할수록 점점 알기 어
려운 노인이 되어갑니다. 오늘은 아득하게 먼 곳을 향해, 죽음을 향해, 죽
음 너머의 추상을 향해 걸어보았습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8) 사이토 히로시, 『음악심리학』,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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