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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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든 빠르든, 사람은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
다. 선사禪師들은 죽기 전에 가르침 전체를 압
축하는 짧은 시 한 구절을 남기는 것이 전통입
니다. 그 글을 임종게臨終偈, 또는 열반게涅槃
偈, 열반송涅槃頌, 입적게入寂偈라고도 합니다.
임종게 가운데 12세기의 대표적 선승인 원오
극근과 천동정각의 임종게는 후세에 하나의
전범典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임종게를 통해
사진 4. 원오극근(1063-1135).
서 선사들이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그
좁은 오솔길을 한번 더듬어보려 합니다.
3)
임제종 승려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널리 애독하는 『벽암록』 을 저술한 원
오극근(1063-1135)은 당대 제일의 승려였습니다(사진 4). 그가 가는 곳마다
후학들이 수없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남긴 임종게입니다.
살면서 한 게 없으니
임종게를 남길 이유가 없네
오직 인연에 따를 뿐이니
모두들 잘 있게. 4)
당대 제일의 승려인 원오가 ‘이철무공已徹無功’으로 자신의 평생을 술회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했으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뜻입니다. 어느
3) 설두중현의 『송고백칙頌古百則』에 원오극근이 수시垂示·착어著語·평창評唱을 덧붙여 저술한 책이 『벽암
록』이다.
4) 『승보정속전僧寶正續傳』, 권4, 圜悟勤禪師條, “已徹無功, 不必留頌, 聊爾應緣, 珍重珍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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