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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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면, 천동정각은 ‘가을물이 하늘에 닿았네’라는 은유로 ‘깨달은 이가 돌
아가야 할 길’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료칸(1758-1831)은 거지 성자로 불리는 일본의 조동종 승려입니다. 그는
무소유의 삶을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떠돌이 걸식 생활을 하면서도 시
를 써가며 내면의 평정과 행복을 유지한 승려입니다. 그는 수많은 일화를
남겼습니다만, 말년에 병석에서 죽기 전에 자신을 한 장의 낙엽에 비유한
하이쿠를 테이신이라는 젊은 여승에게 주었습니다.
속을 보여주고 겉을 보여주며 떨어지는 단풍잎 7)
그는 ‘떨어지는 단풍잎’ 한 장에 삶과 죽음의 아름다움과 함께 애틋한 정
감을 모두 담았습니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단풍잎 한 장 속에 그가 바라본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 너머를 보지 않고 덧
없이 떨어지는 단풍잎과 함께 담백하게 떨어졌을 뿐입니다. 그 담백함이
이 시에 말할 수 없는 깊이를 가져다줍니다.
선사들의 임종게는 선승들은 물론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헹구어
주고 문학적 철학적 사유에 풍부한 영감을 던져주었습니다. 질병이나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이런 것들을 자연의 섭리라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도 역시 고요하고 평온하게 늙어가고 죽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생명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해 버리면 죽음을 두려워하고 떨면
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 궁극적인 어떤 것, 영
7) 『정본定本 양관전집良寬全集』 2, 가집歌集, “裏を見せ 表を見せて 散るもみじ(うらをみせ おもてを見せて
ちるもみ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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