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P. 78

꽃이 피면 우리도 피어나듯이,
                                           낙엽이 지면 우리 안의 어떤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능

                                           이 얻는 것에 치중한다면, 감성은

                                           버리는 것에 더 치중합니다. 그래
                                           서일까요, 낙엽은 우리의 감성 지
                                           수를 높여서 쓸쓸함을 더해 줍니

                                           다. 이 지독한 쓸쓸함도 입에 담으

                                           려고 하면 그만 평범한 쓸쓸함이
                                           되어버립니다.  인생살이를  어찌

          사진 3.  수북히 쌓인 낙엽 위로 앙상한 나뭇가지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시리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뼈만

          남은 나무를 바라보는 일은 가슴 시린 아름다움입니다. 그것은 언젠가 우
          리에게도 올 죽음을 미리 바라보고 미리 밟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사진 3).
           류영모(1890-1981)는 죽음 공부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

                                          1)
          이며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래로 철학을 죽음의 연습으로 봅니다. 몽테뉴(1533-1592)의 표현에 의하
          면 ‘철학한다’는 것은 실상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몽테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내가 양배추를 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

              다.” 2)



          1) 박영호, 『다석 류영모』, 2009.
          2) 미셸 드 몽테뉴, 『수상록』, 1595.


          76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