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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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사상으로서의 불교사상


               중국 근대에 불교는 서학동점에 대항한 사회적 변혁을 위한 시도에 커

             다란 역할을 하였다. 서양문화의 충격에 대한 전통철학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신유학의 형성에 불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점은 특이한
             점이다. 서양문화와 중국 전통문화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불교사상이 동서
             문화교류의 계합점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현대 신유학 내지 현대 신불

             교는 유학과 불교, 특히 유식불교와의 결합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이들

             학문이 형성되는 과정을 ‘심식心識의 길’을 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때
             심心은 유학 심성론의 심을 의미하고, 식識은 유식불교의 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은 무술변법, 신해혁명의 시기에 담사동에서 장태염으로, 그

             리고 장태염에서 웅십력熊十力(1885~1968)으로 이어지며 철학적 체계가 형

             성되었다.
               그런데 불교의 역할이나 다른 사상과의 결합 양태가 이들 각 사상가들
             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예컨대 동일하게 불교사

             상을 활용하였지만, 담사동이 불교사상을 통해 무술변법 시기에 군주변법

             운동을 옹호하였다면, 장태염은 신해혁명 시기에 군주제 타도를 요구하였
             다. 장태염이 불교를 혁명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오늘 우리는 화엄종, 법상종 두 종파를 이용하여 낡은 법을 개량

                  하려고 한다. 화엄종의 설법은 중생을 널리 구제하고 머릿속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도덕적인 측면
                  에서 가장 이익이다. 법상종의 설법은 만법유심이다. 형체를 가지

                  고 있거나 없거나 모든 현상들이 환상이고, 결코 실재하는 참된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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