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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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결집에서 쫓겨난 아난존자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부처님 법문을 결집結集 하게 되었는데, 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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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존자가 주체가 되어 대중을 전부 필발라굴畢鉢羅窟 에 모이게 했습니다. 그
          때 아난존자도 참석했는데, 부처님 법문을 제일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기 때문입니다. 아난존자의 총명은 녹음기와 마찬가지로 뭐든지 듣기만
          하면 평생토록 잊지 않고 전체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난존자

          의 총명과 지해는 이쪽 그릇의 물을 저쪽 그릇으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온전히 옮겨 붓는 것과 같다고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총명이 뛰어
          났기 때문에 부처님 법문을 수집하는 데는 아난존자가 근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섭존자가 생각해 보니, 아난존자의 총명함은 남보다 뛰어나서

          부처님 법문을 다 기억하고 있지만 마음을 깨치지는 못하였으므로 실제 부
          처님 법은 모르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은 깨쳐야 아는 것인데, 아무리 기
          억을 잘한다고 해도 깨치지 않은 사람을 대표로 세워서 부처님 법문을 결

          집한다는 것은 전도顚倒된 일이었습니다.

           비유로 얘기하자면, 금강산 소개서를 외워 금강산을 본 것처럼 잘 설명
          할 수 있다 해도 실제 금강산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난존자가 눈을 떠서 법을 보고 깨친 그곳에서 부처

          님 법을 소개해야 부처님 법문도 산 법문이 됩니다. 그렇지 않고 말로 전



          3)  부처님의 멸도 후, 그 교법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제자들이 저마다 들은 것을 외워 바르고 그
           릇됨을 논의하고 기억을 새롭게 하여 정법正法을 편집한 사업이다. 제1결집은 왕사성 칠엽굴七葉窟에서
           대가섭大迦葉을 상좌上座로 5백 비구가 모여 경·율 2장藏의 내용을 결정한 것으로, 이를 5백결집 혹은
           상좌결집上座結集이라 한다.
          4)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뒤 제1차 경전결집을 단행한 장소로 달리 칠엽굴七葉窟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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