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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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자굴이다. 깨친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아난은 개소야
간疥瘙野干, 즉 깨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안 된다.”
개소야간이란 ‘옴 오른 병든 여우’라는 뜻입니다. 사자굴에는 몹쓸 병이
든 여우가 참여할 수 없으니 무조건 나가라는 가섭존자의 축출 명령에 아
난존자가 애걸복걸하면서 매달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에 ‘제가 지금 깨치지 못했으니, 누굴 의지
해서 부처님 법을 바로 깨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여쭈니, 부처님께서 ‘대
법大法을 가섭에게 전했으니 너는 내가 떠난 뒤 가섭을 의지해서 대법을 성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존자에게 법을 전했다고 하는 것은 남전南傳과 북전北
傳에 모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평생에 부처님과 똑같
은 제자를 말할 때는 가섭존자 하나만 거론하셨고, 대법을 가섭존자에게
전했다고 대중에게 여러 번 선언했습니다.
아난존자가 울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사형이 저를 쫓아내시면 저는 누구를 의지해서 대법을 성취할 수 있겠
습니까?”
“너는 지해와 총명으로 ‘몹쓸 병이 든 옴 오른 여우새끼’이니 이 사자굴
에서 살 수 없다. 꼭 여기 참석하려거든 깨쳐서 오라. 깨쳐서 오기 전에는
절대로 부처님 법문을 결집하는 이 회상會上에 참여시킬 수 없다.”
가섭존자는 단호히 거절하고 아난존자의 멱살을 거머쥐고 쫓아내 버렸
습니다. 이 일은 『율장律藏』이나 남전과 북전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
다. 여기에서는 번거로워서 출전을 다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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