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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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살려냈다.
               이상 권두언은 대중의 언어로 ‘선음禪音’을 전하고자 하는 『선원』의 지향
             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다. 만해의 한글시와 오성월의 한시는 문학적으

             로도 평가받을 만한 수준이다.


                다양한 불전문학의 각색



               <부설거사>는 부안 지역에 구전되던 등

             운암과 월명암의 연기설화를 극화한 것이
             다. 조선시대 불가 문집인 『영허집』에도 등
             장하는 부설대사는 신라 선덕여왕 대에 경

             주성내에서 진陳씨 댁 아들로 태어났다. 어

             려서 이름은 광세이며, 불국사 원정선사에
             게 득도하여 법호를 부설이라 하였다. 계
             행이 엄정하고 경학이 높은 부설은 영조와

             영희대사를 도반으로 삼아 강원도 오대산
                                                     사진 6. 김태흡의 <부설거사> (1호).
             의 문수보살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김제 백
             련동을 지날 때 구무원仇無寃이라는 사람의 집에 유숙하여 그 딸인 묘화를
             만나게 된다. 19년 동안 벙어리로 지낸 묘화는 부설의 법문을 신심으로 듣

             고 좋아하여 결혼해 주기를 간청하였다. 이후 줄거리는 거사로서 정진한

             부설의 법력이 수행자로 일관한 영조, 영희보다 높았다는 도력담으로 귀
             결되었다.
               <부설거사>의 도입부는 묘화가 부설에게 간청하는 대사로 시작하여 이

             야기를 입체화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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