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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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스토리에 대화를 가미하여 더 극적으로 구성하였고, 시간 순서를 일
부 도치시키면서 서사 구조를 입체화하여 독자의 흡입력을 배가한 효과를
가져왔다.
<육조대사>는 오조홍인이 혜능에게 의발을 전수받은 후 다른 제자들의
위협을 피해 구강역九江驛에 도착하여 배를 타고 남방으로 가는 스토리를
앞에 제시한 후, 시간을 역전시켜 출생에서 출가, 신수와의 경쟁, 불법 홍
포, 입적에 이르는 일생담을 소개한 전기물이다. 『전등록』의 법거량 내용
과 전승되는 설화를 종합하여 육조대사의 생애를 극적으로 재구성하였다.
특히 전체 6장 중 제1장은 오조홍인이 구강역 가에서 육조혜능을 전송하
는 대목인데, 소설은 두 인물의 대화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하였다. 출생
에서 시작하는 일반적인 전기물과 달리, 시간적 질서를 도치시켜 서두에
가장 극적인 장면을 배치하는 구성은 흥미를 자극하는 소설적 기법이다.
<장수왕의 자비>는 불경 『장수왕경』을 번역 각색한 것이다. 이 경은 사
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던 부처님이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신 전생담으
로, 전체가 부처님의 설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수왕은 백성을 지극히 사
랑한 나머지 이웃 나라의 포학한 왕이 침략하자 태자 장생長生을 데리고 나
라를 떠나며, 급기야는 자신의 목숨을 어떤 바라문에게 의탁하여 적에게
바치고 죽음을 맞이한다.
아들 장생은 복수를 위해 궁궐에 입성하는 데 성공하여 왕을 죽일 기회
를 세 차례 맞이하나 아버지의 현현으로 포기하고 오히려 그 왕에게 고백
을 하며 죽기를 청하였다. 이에 왕도 참회하고 나라를 태자에게 물려준 후,
두 나라는 형제와 같이 잘 지냈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마지막에는 부처
님이 “그때의 장수왕이 이제 내 몸이고, 태자 장생은 아난다(아난)이며, 탐
욕스런 왕은 조달調達”이라 말하며 “보살이 도를 구하는 괴로움이 이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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