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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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은 禪이라고 하면 곧 禪이 아니다. 그러나 禪이라고 하는 것을
여의고는 별로 禪이 없는 것이다. 禪이면서 곧 禪이 아니요 禪이
아니면서 곧 선이 되는 것이 이른바 禪이다. 달빛이냐 갈꽃이냐 흰
모래 위의 갈매기냐.
만해는 선적
인 논리를 특유
의 시적 문법으
로 『님의 침묵』
에서 다채롭게
보여준 바 있다.
이 권두언에서
도 선이면서 선
이 아니고 선이
사진 5. 『선원』의 권두언 (2호, 3호).
아니면서 선이
되는 것이 곧 선이라는 불이不二의 논리를 전개하였고, 마지막 구에서는 논
리가 아닌 형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었다.
3호의 권두언(운납)은 “지극한 도이시여 / 어려움이 없건마는/ 오즉이 혐
의라면/ 가림일가 하노라”라는 4구와 함께 일원상을 그려놓았다. 4호는 범
어사 오성월 선사의 한문 게송(7언 절구)이 수록되었다. 전반부는 영축산의
한 줄기 꽃가지가 만방의 겁외춘劫外春에 피어남을 노래하였고, 후반부는
무생곡을 부르는 열락을 노래하며 ‘삼각산각한강심三角山脚漢江心’으로 마무
리하였다. ‘삼각산 아래 한강 물이로다’ 정도로 해석되는 제4구는 불교적 시
상을 외경의 한 장면으로 제시하여 감각화하고 입체화한 것으로 시적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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