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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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참구는 매 순간 유심의 감옥을
             부수는 혁명적 거사를 감행하는 일
             이 된다. 화두를 들 때마다 우리를

             가둔 감옥에 그만큼의 균열이 일어

             나는 것이다. 화두를 들 때 깨달음
             의 종자를 뿌리는 일이 일어나고,
             화두를 들 때 그것의 배양이 이루

             어진다. 그래서 이 일은 지겨운 인

             내의 연속이 아니다. 진리를 닦는
             즐거움에  근심이  사라지고[樂而忘

             憂], 밥 먹는 일조차 잊는 일[發憤忘
             食]이 바로 이것이다. 화두를 드는

             바로 그 순간 진리와 한 몸으로 만
             나는 길[徑截門]에 들어서게 되는 것
                                               사진 2. 시심마[이뭣고]. 강경구 서.
             이다.



                책 보지 말고 모든 경계 내려놓기


               화두를 선택하여 참구에 들어간 입장이라면 이제 『선문정로』의 본격적

             인 길 안내를 따라갈 차례다. 그중 먼저 제시되는 길 안내가 “책 보지 마

             라.”이다. 참선 수행자라면 오로지 화두를 의심하는 길을 걸어 스스로 대
             답을 내놓아야지 이런저런 책자를 뒤적이며 남의 답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설사 찾았다 해도 진짜

             실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와 직접 씨름하여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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