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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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를 어떻게 받으면 좋을까? 가장 좋기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
             어 의심치 않을 선지식에게 화두를 받는 일이다. 그런데 6조 혜능스님이
             강조한 것처럼 내면의 선지식이 더 영험 있는 법이므로 스스로 화두를 간

             택하지 못할 일도 없다. 더구나 화두를 드는 일 자체가 그 공안을 내놓은

             조사스님과 맞대면하는 일이다. 따라서 화두의 간택에 머뭇거릴 이유는 없
             다. 그런데 마침 우리는 성철스님이라는 현존성 뚜렷한 선지식의 현재진
             행형 설법을 찾아 듣는 중이다. 그러니까 성철스님이 제시한 화두를 받는

             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성철스님은 일반 대중들이나 참선에 입문하는

             스님들에게 다음과 같은 화두를 준 일이 있다.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며 부처도 아니니, 이것이 무엇인고?”

                   不是心이요 不是物이요 不是佛이니 是甚麼요?



               우리가 ‘이 뭣고?’라고 부르는 화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보고
             듣고 하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일반적 화두이다. 성철스님은 이 화두

             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참구하면 ‘보고 듣는 이것’을 대상화시켜

             집중하는 일이 있게 된다. 그런 식이 되면 혹 선정에 들 수는 있겠지만 그
             로 인해 성성한 화두 의심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스님이 제
             시하는 다른 또 하나의 ‘이 뭣고’ 화두는 화두를 대상화하는 병폐를 사전에

             차단한다. ‘마음도 아니다, 물건도 아니다, 부처도 아니다’와 같이 모든 것을

             ‘아니다’로 부정하므로 마음을 붙이거나 화두를 대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란 말이야. 그러면 이것

                  이 무엇인가? 이렇게 해야 들여다볼 수도 없고, 경계에 따라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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