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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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 법문들을 원택스님이 모아 엮은 『성철스님
화두참선법』이라는 책이 나와 있으므로 편리하게 참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두 참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지금 당장 『선문
정로』에 대한 이해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화두 참구를 바
르게 이끄는 몇 가지 요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철스님
은 화두를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에게 ‘절 돈 3천 원’이라고 표현하는 3천배
의 실천을 요구했다. 화두 참구가 수행과 깨달음의 전체 여정을 이끄는 여
의봉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화두를 쉽게 주지 않고 3천배의 관문을
설치한 것이다. 왜일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불교의 입문과 수행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죽음의 체험이다. 죽음이 당장 닥쳐온다고 생각해 보라.
육체가 무너지는 이 사건 앞에서 나, 혹은 나의 것이라 생각되던 이런저런
자산들이 과연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죽음과 맞선을 보는 자
리에 나가 보면 그토록 중시해 왔던 모든 일이 예외 없이 부차적인 차원으
로 물러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죽음과 대적할 길을 모색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참선 수행에 투신할 뜻이 세워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불교의 성자들에게는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여지없이 무
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사건이 있었다. 싯달타 태자가 성 밖에 나
갔다가 생사의 무상한 현장을 목격하고 보리심을 낸 일이 그렇고, 3조 승
찬스님이 문둥병으로 매일매일 무너지는 자신의 육체를 보며 진리를 구하
는 마음을 굳건히 한 일이 그렇다. 성철스님 역시 대원사에서 요양 생활을
하면서 죽음의 도래를 실감하는 시절이 있었다. 성철스님은 당시의 심경
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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