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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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이 수행의 순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처방이 되기도 한다. 빚쟁이처럼
          찾아온 죽음을 맨몸으로 맞이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지금 이 한 번의 화두
          참구만이 마지막으로 허락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수행에 임해 간절함이 없

          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미 다가와 있는 죽음에 눈을 감아 버리거
          나 자신과 무관한 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이로 인해 불교공부를 한다 해
          도 자기 숙제가 아니라 객관을 표방하는 공리공론의 놀음이 되고 만다. 오

          랜 세월 경전을 읽고, 기도를 하고, 참선을 하는 데도 존재를 전환시키는

          신통한 체험이 좀체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참선이 아
          니라 다른 어떤 세속적 일이라 해도 자신의 전 존재를 거는 일 없이 그 한
          계를 돌파하는 성취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일함에 길든 삶에 갑자기 전 존재를 거는 절실함이 일어나

          기는 어렵다. 그래서 3천배가 필요하다. 성철스님이 ‘절 돈 3천 원’이라 부
          른 3천배는 죽음에 대한 절실한 체험까지는 아니겠지만 그와 유사한 체험
          을 하는 계기가 된다. 신분이 높거나, 돈이 많거나, 머리가 좋거나, 용모가

          훌륭하거나, 그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 해도 3천배를 하다 보면 자기

          자존감의 근원이던 모든 것들이 전혀 소용이 없어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남을 위해 기도하는 3천배가 된다면 자아의 성채를 허무는 효과는
          배가 된다. 성철스님이 화두 참구에 들어가기 전에 ‘절 돈 3천 원’의 입장

          료를 요구했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 뭣고?’라는 외마디 질문



           이렇게 간절함이 마련되었다면 화두를 간택할 때가 온 것이다. 어떤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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