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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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기록한 9종 13책이 주목된다. 【사
진 4】 『의족경義足經』, 『법구비유경法句譬
喩經』, 『법집경法集經』, 『귀문목련경鬼問目
連經』, 『불장경佛藏經』, 『보리행경菩提行經』,
『유가대교왕경瑜伽大敎王經』, 『시식획오
복보경施食獲五福報經』, 『보살계본경菩薩
戒本經』 등의 단역 경전을 별도로 묶은
것이다. 이 책들은 초기불교 경전에 해
당하는 것으로, 백련암에는 『중아함경』
과 『잡아함경』 등 아함부의 가흥장 불서
사진 3. 『대가섭보경』등 34경합본.
도 확인된다. 【사진 5】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국내에서 대장경을 제외하고 초기불교 경
전류가 단독으로 간행된 적이 거의 없었다. 방책본으로 판각된 가흥장으
로 말미암아 화엄과 선, 정토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경전이 19세기 후
반까지 국내에까지 유통될 수 있었다. 이것은 모름지기 불교의 교리와 사
상 그리고 신앙의 지평까지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경전을 방책본으로 만들어 집집마다 전해 사람들에게 암송하게 하자’고
뜻을 세운 원료범은 가흥장 판각발원문[刻藏發願文]에서 “석가모니 부처님
이 비록 계시더라도 대장경은 여전히 있어야 한다. (기존 대장경의) 절첩본은
무겁고 커서 널리 유통되지 못하였다. 진실로 판목에 새겨 쉽게 간행할 수
있도록 하고 곳곳에 유통하여 사람들마다 읽고 익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 판별할 수 있게 한다면 바른 법이 크게 진작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가흥장 편수에 참여했던 빙몽정憑夢禎도 「각대장연기刻大藏緣起」에서 “북
경의 대장경판은 잘못된 글자도 적고 보관 상태도 양호하지만 국가에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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