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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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기장 묘관음사 전경.


               고우스님은 묘관음사 안거 때 문서 수

             발과 기록을 담당하는 서기書記 소임을

             봤다. 향곡 조실스님이 편지를 쓰거나
             기록을 남길 때 서기인 고우스님을 불러
             쓰게 하였다. 고우스님은 강원을 나와

             한문을 이해하고 글씨도 반듯해서 조실

             스님이 좋아하셨다.
               그렇지만 고우스님은 향곡 조실스님                  사진 3. 비구니 혜해스님(1921~2020).
             에 대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향곡

             스님은 전법傳法 인가 받은 도인으로 고준한 선禪 법문을 잘 하셨지만 너무

             엄하시고 어려웠다. 하루는 선원 대중이 운력으로 선방에 도배를 새로 한
             적이 있었다. 출타하셨던 조실스님이 돌아오셔서 촛불을 가져다 비추며 자
             세히 살펴보시더니 도배지 무늬가 약간 어긋난 것을 발견하시고는 뜯어내

             고 다시 도배를 하라고 하셨다. 당시 고우스님은 그런 조실스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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