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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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했다. 유려한 채색이지만 현란하기보다는 숭고한 느낌이 압도적이다.
과연 오랜 숙련됨과 깊은 신앙으로 이루어낸 대작이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대중을 위한 선물
우리 주변 곳곳에는 옛 승려 장
인들이 남겨준 선물들이 남아 있
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에서는
여러 금동불좌상들이 남겨졌고,
통도사에는 화승들이 그려낸 대작
<팔상도>가 있으며, 대흥사에는
44명의 화승들이 합심하여 <석조
천불좌상>을 완성하였다. 불교예
술의 핵심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는 것이다. 기득권의 점유물이 아
닌 누구라도 다가갈 수 있고 언제
라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10. 해인사 영산회상도 부분.
승려 장인은 작품 활동을 매개로
위로는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고, 아래로는 자기 자신의 수행으로 삼았
으며, 중생들에게는 불세계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했다. 불교와 외부세계
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과거와 미래를 넘어선 귀한 선물이 되었다. 이
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손길을 잘 만나 조우하고, 귀한 가치를 보
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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