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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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로 가서 자
연인에게 전화를 하니
사륜구동 포터를 타고
나타납니다. 그의 차를
타고 꼬불꼬불 군데군
데 푹푹 파인 험한 비
포장 산길을 거침없이
휙휙 올라갑니다. 앞좌
사진 1. 자연인이 사는 산 능성.
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 나는 좀 덜하지만 3인용 뒷좌석에 4명이 끼여 앉은 친구들은 식겁합니
다. 간신히 고개를 하나 넘어 내리막길을 내리달리자 자연인의 움막이 나
타납니다.
산 능선에 소나무가 늘어선 모습이 마치 보초를 서는 것 같습니다. 뒤쪽
으로는 암벽이 턱 버티고 있어 좋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원래 암자가 있던
곳을 인수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는 이 깊은 산중에 있는 땅을 어떻게 알고 샀을까요. 그가 젊었을 때
이 일대에 등산 왔다가 하산하는 길에 우연히 이곳에 들렀습니다. 경치가
너무 좋고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져서 암자에 계시던 스님에게 말합니다.
“스님, 나중에 혹시라도 이 암자를 파실 의향이 생기시면 저에게 먼저 연
락 주십시오.”
그런데 20년 전쯤에 그 스님으로부터 암자를 물려받은 스님에게서 연락
이 옵니다. 포교당을 하는데 도저히 암자를 유지할 수 없어서 팔겠다고 합
니다. 적당한 금액에 암자와 부속 토지 일체를 사고 길을 내고 나무를 심었
습니다. 차가 들어오도록 길을 내는 과정에서 길에 물린 땅도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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