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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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듯 꿈꾸는 듯 나른하게 보내는 하루
              문득 봄이 다 간다는 소리에 힘을 내어 산에 올랐네
              대숲 지나다 마주친 스님과 나눈 이야기

              덧없는 인생에 또 한나절의 한가로움을 얻었네              4)



           우리는 뒷짐을 지고 그를 따라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단풍나무에는 수
          액을 받기 위해 수액 줄을 설치해 두었군요. 고로쇠 수액보다 단풍나무 수

          액이 더 달다고 합니다. 고로쇠 수액만 알았지 단풍나무 수액은 처음 들었

          습니다. 나무에서 수액을 받아내는 방법을 맨 처음 알아낸 사람은 어떤 사
                                                람이었을까요.  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스

                                                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자연인들은  대체로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지혜롭습니

                                                다. 요즘 사람들은 뭐든지 스

                                                스로 해결하지 않으니 점점
                                                인터넷 멍텅구리로 변해 갑
                                                니다.

                                                  우리는 짐짓 선승의 포행

          사진 5. 멧돼지가 출몰하는 호젓한 산길.               을 흉내내며 걸어갑니다. 저
          마루를 넘으면 자연인의 움막이 있습니다. 산길에는 언제나 거룩하고 아


           『
          4)  全唐詩』, 李涉, 題鶴林寺僧室, “終日昏昏醉夢間 忽聞春盡强登山 因過竹院逢僧話 又得浮生
           半日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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