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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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죽에 부는 맑은 바람이 못내 좋아서라네 1)
법연은 본향에 돌아와서 산기슭에 있는 저 쓸모없는 밭뙈기를 왜 샀느
냐고 할아버지에게 짐짓 물어봅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송죽에 부는 맑
은 바람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좋아서 몇 번이고 팔았다가 끝내 다시 샀
다고 말합니다. 그 땅은 농사를 지으려고 산 것이 아니라 바람 소리를 들
으려고 샀다고 하니 어느 누가 그 정도로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시는 의경意境을 노래한 것으로 화자話者인 할아버지는 바로 법연 자
신입니다. 천 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삶의 기
쁨이 할아버지의 무심한 목소리에 실려 우리들 내면에서 살아납니다. 이
시는 ‘송죽에 부는 바람 소리’ 같은 심미적 정취를 인생철학의 위치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선종에서는 자연계가 가장 불성佛性이 풍부하고 깨달음의 경지에 가깝
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푸르디푸른 대나무는 모두가 법신法身이고, 무성
한 노란 꽃은 반야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2)
법연은 이 시를 통하여 송죽에 이는 바람 소리 속에 깨달음의 세계를 만
들어내고 아득한 경지를 창출합니다. 해탈의 심리 상태에서 집착을 버린
마음,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왜 사는 걸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
다고 말합니다. 행복에는 외적인 행복, 육체의 행복, 영혼의 행복이 있는
데 이 가운데 영혼의 행복이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의 행복입니다. 영혼의
1) 古尊宿語錄』 卷第22, “山前一片閑田地 叉手丁寧問祖翁 幾度賣來還自買 爲隣松竹引淸風.”
『
『
2) 祖庭事苑』 卷第5, “靑靑翠竹 盡是眞如 鬱鬱黃花 無非般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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