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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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동한 : 아늑한 다방 한 석에 (중략) 고요히 향수를 꿈꿀 때 쇼펜
하우어를 손에 들고 거암과 같이 명상에 잠겼으니 여기
에서 철학의 문군을 볼 수 있다. (중략) 고요히 선정삼매
에 든다. 여기에서 종교의 문군을 볼 수 있다. (중략) 풀피
리를 휘파람으로 낭만하니 여기에서 예술의 문군을 볼
수 있다. - 이상 장상봉, 「졸업생의 푸로필」(4호)
중앙불전 입학생들은 대부분 지방의 사찰에서 강원을 졸업하고 고등보
통학교에 준하는 학력을 이수한 청년 승려로서 경전의 독서, 참선 수행에
기본적인 자질과 덕목을 가지고 있었다. 철학에 뜻을 두고 입학한 학생(정
종)도 있고, 쇼펜하우어를 동경한 학생(문동한)도 등장하여 중앙불전의 전통
인 불교와 함께 철학에 경도된 분위기를 짐작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 아울
러 문학에 취미를 가진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다양한 문학 장르에
서 다양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시조와 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김달진(9회), 김어수(9회), 나
운향(9호), 신상보(9회), 오화룡(10회) 등이다.
김달진은 『룸비니』에 ‘지현芝玄’이라는 필명으로 <차중車中>, <피로疲勞>,
<양등洋燈>(1호), 본명으로 <등화燈火>, <열熱>(2호), <고궁의 행복>, <고적孤寂>, <사
랑>(3호)을 발표하였다. 이들 시는 도회지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묘사하면서도 내면의 번민, 고적감을 담아내는 경향
이 있다. 수행자이며 학생이고, 승려면서 도시인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이
겪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사유의 깊이가 잘 드러나 있다.
김어수는 학생회의 학예부 임원으로서 교내외 웅변대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바 있고 『룸비니』의 발간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맹서>(1호)는 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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