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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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 설암스님의 경우가 그랬다.


              “처음에 무無 자 화두를 참구했는데 문득 생각이 일어나는 곳을 한

              번 돌이켜 관조했더니 그 한 생각이 당장 얼음처럼 차갑게 식으며

              참으로 맑고 고요하여 동요하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손
              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지나갔고 종소리 북소리조차 전혀 들리
              지 않았습니다.”




                                          설암스님은 이것을 제대로 된 공부
                                        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고요한
                                        삼매의 상태를 탐닉하게 된다. 이 소

                                        문을 들었던 것인지 스승이 편지를 한

                                        다. 그것이 “죽은 물과 같아서 바른 공
                                        부가 아니며 오로지 알고자 하는 간절
                                        함이 있어야 바른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성철스님에게
          사진 2. 설암조흠선사.
                                        도 이런 일이 있었다. 김용사 시절이
          었다고 하는데 선정의 성취를 자부하는 한 처사가 찾아와 점검을 요청했
          다는 것이다. 당시 성철스님은 이렇게 지도했다.




              “들어보니 노인은 참 좋은 보물을 갖고 있소. 잠깐 앉아 있는데 모
              든 망상이 다 떨어지고, 몇 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리니 그런 좋은
              보물이 또 어디 있겠소. 내가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딱 양심대로

              말하시오. 거짓말하면 죽습니다. 그 보물이 꿈에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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