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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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게 된다. 중도의 상실은 성철스님이 극력 반대하던 일이다. 그러니 옳
고 그름을 다투는 일을 가지고 성철선의 실천으로 삼을 수는 없다.
『선문정로』의 죽비소리
우리는 성철스님이 보여준 철저한 수행의 가치와 비범한 지혜의 완성을
믿는다. 나아가 성철스님의 법문이 수행자의 발전과 완성을 독려하기 위
해 설해진 것임을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법문이 수행을 하는 자신
에게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렇게 자문해 들어가다 보면 『선문정로』
의 모든 문장들이 수행자를 향한 고함이자 죽비 세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나름의 수행을 통해 “이것이다”라는 견해를 세울 때마다 성철스님
은 “아니다”라는 고함을 내놓는다. 매혹적 경계에 도취되어 거기에 마음이
머물 때마다 스님의 장군죽비가 바람을 가른다. 우리가 자부하는 바로 그
것이 단지 눈에 낀 백태이고, 우리가 자처하는 바로 그곳이 캄캄한 굴속임
을 바로 알라는 것이다.
결국 『선문정로』는 머물
지 않는 수행을 거쳐 깨달
음에 도달한 석가모니의
길을 따르자는 불교의 지
상 과제를 제시한 지침서이
다. 우리는 그 절대 명제 앞
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
다. 사실 그런 점에서 『선문
정로』는 미완성의 책이기 사진 1. 『선문정로』의 죽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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