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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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不二의 이치로 볼 때 원
                                              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는 것
                                              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인은 원인이고 결과는 결과

                                              다. 모든 존재가 부처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원리는 최고 중의
                                              최고이지만 그것을 말로만 해

                                              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해서 배

                                              를 부르게 하지 못한다. 더구나
                                              가능성으로서의  부처를  자꾸
                                              말하다 보면 스스로 그 경지에

                                              도달한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사진 2. 불성의 경전 40권본 『대반열반경』.
                                              수도 있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
                                              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아가
          설법을 들은 미혹한 청법자들이 미친 마음을 낼 수도 있다. 자칫하면 최

          고의 설법인 불성론이 모두를 해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래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미 갖춘 불성을 드러내는 일이므로 이 ‘열심히’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완전히 준비된 씨앗의 싹을 틔우고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

          여정에서 불성은 주인공[正因]이고 수행은 도우미[緣因]다. 좋은 농사꾼은

          씨앗이 스스로 성장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적절한 도움을 준다. 씨앗
          이 필요로 하는 딱 그만큼 물을 주고 딱 그만큼 김을 맨다. 미리 싹을 뽑아
          올리는 식의 조장助長이 없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

          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얼음을 문대어 불을 피우겠다는 우격다짐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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