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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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우
리는 스스로 불자佛子라고 자칭한다. 불자는 부처의 ‘씨앗[子]’이라는 뜻이
고 부처의 아들[子]이라는 뜻이다. 부처의 씨앗이 부처라는 열매를 맺는 것
은 필연이다. 왕의 아들이 왕이 되는 것처럼 부처의 아들은 부처가 된다.
더구나 우리들 아기 부처는 이미 있는 이대로 부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작 불자인 우리는 이 말을 바로 믿지 않는다. 스스로를 열등
한 중생으로 규정하고 나의 밖에 저 위대한 부처를 설정한다. 위음왕불의
시대, 더할 수 없이 좋은 자질을 가졌던 사람들조차도 “당신은 보살도를
실천하여 부처가 될 것입니다.”라는 상불경常不輕 보살의 예언을 달가워하
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보살의 예언을 듣고 그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
졌다. 보살은 이를 피해 달아나면서도 “나의 눈에 당신은 가벼운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부처가 될 것입니다.”라는 찬탄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존재를 부처의 아들로 보아 찬탄을 거듭한 것이다. 이 공덕으로 상불경보
살은 후세에 석가모니불이 된다. 모든 존재가 품고 있는 불성에 대한 믿음
이 보살을 성불로 이끈 것이다.
그래서 믿음은 불성론의 실천을 이끄는 에너지가 된다. 참으로 ‘믿음이
야말로 진리의 근원이고 성불의 어머니[信爲道源功德母]’인 것이다. 다만 불
성에 대한 믿음은 타 종교에서 요구하는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과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바르게 보는 안목을 전제로 하는 믿음이기 때문이
다. 성철스님이 ‘바로 믿기’와 ‘바로 보기’를 함께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불성론은 선종의 입장에서 보면 영감의 원천이다. 자신이 부처의 아
들이라는 사실을 알기만 하면 되는 일이므로 돈오돈수다. 부처의 씨앗을
잘 가꾸는 인연만 지으면 되는 것이므로 낙관으로 일관한다. 아기 부처로
서 부처를 실천하는 일이므로 확신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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