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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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안 된다. 오로지 불성의 원리를 알아 그것을 잊지 않고 그것에 맡기는
[隨順]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수행에서 말하는 ‘열심히’는 불성을
잘 따르고 잘 맡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잘 맡기고 잘 따르는 실질적 수행이 있을 때 불성이 온
전히 드러나게 된다. 씨앗이 열매를 통해 그 가치가 완성되듯 원인으로서
의 불성은 부처라는 결과로 그 의미가 완성된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
철스님은 불성이 성숙하여 부처로 나타나는 지점을 거듭 보여준다. 그리
하여 ‘불성=12인연=제1의공=중도=부처=열반…’의 등식을 완성한다. 불
성이 불교의 궁극적 깨달음을 표현하는 모든 단어들과 동의어의 관계에 있
음을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하나의 진리가 모든 경우에 관철될 때 비로소
그것을 진리라 할 수 있다는 성철스님의 ‘철徹’적 안목이 확인되는 지점이
다. 이것은 『백일법문』에서 불교의 모든 교리를 중도로 꿰어 하나의 도리
로 설명했던 일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중생불성론은 한국불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설법이다. 한국불교의 주류는 기복불교였고 지금도 역시 그러하
다. 부처와 보살은 복을 내려주는 존재로 신앙되고 수행자는 그 초월성으
로 주목받는다. 기도 성취로 소문이 나야 절에 사람이 몰리고 점술과 예언
이 신통해야 도인으로 인정받는다. 대승불교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
이다. 성철스님의 중생불성론은 이러한 병폐에 대한 처방전이 되기에 충
분하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불교의 전부라는 것! 이것은 대승불교를 대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원
칙의 확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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