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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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글씨배자. 사진 10. 활자 순서대로 맞추기.
편편하고 고르게 준비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본 바탕이 잘 마련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방배동에 위치한 선생의 고서각연구원을 찾았을 땐 얼마 전 궁중현판전
의 현판을 완성한 후였고,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각자하
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금빛 찬란한 글씨들이 양각되어 생동감
이 넘치고 있었다. 각자의 모든 과정이 섬세하고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
지만 특히 나무를 잘 선별하고 다루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한다.
고서에 의하면 잣나무와 피나무로 현판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실제 특별히 귀하고 의미 있는 곳에 이 나무들을 사용했다. 은행
나무도 사용했으며, 기본적으로는 모든 나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러나 나무의 단단하기에 따라서 용도에 맞게 구분되니 만약 나무가 너무
무른 것과 단단한 게 있다면 무른 것보다는 단단한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고 한다.
건조가 잘 되었다고 금방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5~6년에서 10
년 가까이 나무가 원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갈라질 것은 모
두 갈라지고, 터질 것은 모두 터진 이후에야 나무를 고른다. 그래야 단단
하고 오래간다. 물론 나무이기 때문에 까다롭게 선별해도 갈라지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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