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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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해 지금은 좋은 나무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급속하게 오르고 있어
          서 각자장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늘어났다고 한다. 큰 나무를 만나기 어
          려우니 예전처럼 큰 사이즈의 현판을 나무 한 판으로 만들기 어려워지고

          여러 판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김각한 각자장은 1984년 스승 고故 오옥진 장인과 인연이되어 1986년 함
          께 독립기념관 현판을 제작하고, 이후 숭례문, 광화문 등의 현판과 『백운
          화상직지심체요절』 목판본과 『훈민정음 언해본』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복원

          했다. 하나같이 역사를 새기는 의미 있는 작업들이었다. 명필로 새겨진 각

          자는 하나의 작품이다. 보는 아름다움과 마음에 뜻을 새기는 과정을 통한
          다면 여느 예술품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 각자이다.
           우리도 일상에서 각자 감상을 함께 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상

          점에서 나무현판을 쓰기도 하고, 옛 선조들이 그러했듯 가정집 거실이나

          서재에 작고 의미 있는 현판을 붙여도 좋겠다. 현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생활공간은 아파트이다. 하나같이 찍어낸 듯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아
          파트 현관문에 작고 사랑스러운 현판을 걸어 보면 어떨까. 아이들 방엔 ‘꿈

          꾸는 방’, 서재에는 ‘지혜의 방’ 등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이름을 방마다 지

          어주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라는 시를 통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한 바 있다. 우리들도 방이나 거

          실 등의 공간에 이름을 붙여 불러주면 일상적 삶의 공간에는 새로운 생동

          감이 되살아날 것이다. 옛것에서 얻은 전통문화로 각자의 집과 방에 각
          자刻字를 붙여 보자. 단순히 머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삶의 가치가 풍
          기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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