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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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멸진정滅盡定도 벗어나고, 자재보살
                  위自在菩薩位도 벗어나며, 십지十地와 등각等覺마저 벗어난 불지佛
                  地의 무생無生을 말합니다.”



               망념이 영원히 생겨나지 않는 불지佛地의 무생이라야 진정한 무생법인이
             라는 말이다. 이같은 의미 규정에는 구경무심을 강조하는 성철스님의 수증
             론이 분명하게 반영되어 있다. 원래 무생법인의 해석에는 지혜[智]의 완성

             을 강조하는 입장과 번뇌의 끊음[斷]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지혜의 완성

             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일체법에 생멸이 없음을 몸소 깨닫는 일을 무생법
             인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 아무래도 무생무멸의 법을 바로 가리켜 보이
             는 가르침이 주를 이루게 된다. 현장에서의 눈뜸을 촉발하기 위해서다.

               이에 비해 끊음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일체의 망상과 번뇌가 끊어지는

             것을 무생법인이라고 규정한다. 성철스님이 이러한 입장에 속하며 이 경
             우, 끝없는 내려놓음을 강조하는 법문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에 의하면 모
             든 심의식의 구름을 걷어낸 구경무심이 곧 무생법인이다. 그러므로 완전

             한 무심이 아니라면 그것조차 내려놓고 다시 화두를 들어 무심으로 나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혜와 끊음은 무생법인의 일체 양면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서로
             를 배제하지 않는다. ‘빛이 나타나면 어두움이 사라진다’는 말과 ‘어두움이

             사라지면 빛이 나타난다’는 말이 완전히 같은 뜻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

             렇지만 그 강조하는 입장에 따라 가르침의 기풍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
             다. 성철스님은 직접 가리켜 보이는 법문보다 유심의 장애를 떨어내도록
             하는 법문에 더 힘을 실었던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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