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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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자성연기론이 그렇다.


              6가지 감각기관이란 무엇인가? 눈, 귀, 코, 혀, 몸과 의식이 그것

              이다. 자성에서 6가지 인식이 일어난다. 눈의 인식, 귀의 인식, 코

              의 인식, 혀의 인식, 몸의 인식, 의식의 인식이 그것이다. 또한 자
              성에서 6가지 감각기관과 6가지 인지대상이 일어난다. … 자성에
              삿되면 18계가 삿되게 일어나고, 자성에 바르면 18계가 바르게 일

              어난다. 이것을 잘못 쓰면 중생이고, 잘 쓰면 부처이다. 작용은 어

              떠한 것들로부터 일어나는가? 자성으로부터 일어난다.


           일체의 연기적 작용이 자성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연기 자

          체가 자성의 작용이다. 천변만화로 나타나는 현상이 그대로 본질이라는 말

          이다. 현상이 그대로 본질이므로 버려야 할 껍데기와 취해야 할 알맹이가
          따로 없다. 이것을 피노키오의 아침 식사에 비유할 수 있다.



              “배가 고파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배고픈 피노키오에게 자신의 아

              침 식사로 가지고 있던 배를 세 개 내어주었다. 피노키오가 배 껍
              질을 벗겨 달라고 말했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새로 생긴 아들의 짧
              은 입을 걱정하면서도 배 껍질을 벗겨주었다. 피노키오는 배를 먹

              고는 그 속을 던져버렸다. 할아버지는 그것을 하나하나 주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피노키오는 배를 세 개 먹고도 여전히 배가 고팠
              다. 제페토 할아버지에게는 더 먹을 것이 없었다. 피노키오는 하는
              수 없이 탁자 위의 배 껍질을 먹었고, 제페토 할아버지가 주워서

              올려놓은 배의 속까지 먹어버렸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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