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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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끝없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소나무 숲.


                중중무진重重無盡, 끝없는 이야기




               소나무 숲 가운데 앉아 첫 번째 휴식을 갖습니다. 우리 나이에는 30~40
             분 걷고 15분 정도 쉬는 것이 적당합니다. 산행을 하다가 숲 그늘에 앉아
             서 쉴 때, 우리는 그 순간에 눈에 보이는 세계의 모습을 가만히 마주하고

             바라봅니다. 그 순간에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순간은 존재의 깊이

             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현존의 깊이입니다.
               소나무 숲에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소나무좀 벌레가 있습니
             다. 성충의 길이가 겨우 4mm 정도입니다. 소나무좀 벌레에는 또 거기에

             편승하는 진드기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 작은 진드기 등에 올라타는 훨

             씬 더 작은 생명체들이 또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청태 진균류의 포자입니
                1)
             다.  이들을 단순히 해충으로만 본다면 제거해야 될 벌레에 지나지 않겠



             1) 조안 말루프,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아르고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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