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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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눈부신 백일홍(배롱나무) 꽃그늘.
우리는 산길을 걸을 때 진짜배기 자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어
쩌면 자아를 찾으려고 산으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오랜 옛날부터
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환하게 초록색으로 빛나는 나뭇잎마다 잎새 뒤에
는 어둠이 있습니다.
북지장사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바람고개 쪽으로 올라갑니다. 북지장사
건너편 숲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합니다. 새소리,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발자국 소리, 들어보면 호흡 소리도 들려옵니다. 우리는 평상시에는 왜 이
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까요. 우리가 수많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무
언가 열심히 떠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떠들지 않는다고 해도 혼자
마음속에서 수다를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떠들기를 멈추고 들려오
는 소리를 듣기 시작할 때 산은 우리에게 또 다른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오늘 비가 예보되어 있지만 모두 25명이 참가했습니다. 진분홍 눈부신
백일홍(배롱나무) 꽃그늘 아래 모두 모였습니다. 저 나무는 필경 누군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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