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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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경이로운 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은 이처럼 뚜껑을 열면 계속

                                         우리가 모르는 것이 끝없이 나옵니

                                         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
                                         기가 숨어 있는 곳, 그곳이 대자연입
                                         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하나의 현상

                                         밑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

                                         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중중무진한 세계를 『화엄
                                         경』은 이미 2,000년 전에 펼쳐 보여

                                         주었습니다. 예로부터 『화엄경』 80권,
          사진 2.  『화엄경』을 읽고 눈물을 흘렸던 보조
              국사 지눌.                     약 70만 자를 요약하면 ‘중중무진’ 4
                                         자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사
                                                       2)
          실이 아니라 종교적 환상이나 추상적 비유로만 여겨졌습니다. 고려시대 지

          눌(1158~1210)은 『화엄경』을 정독하고 1207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화엄경』 가운데 (여래) 출현품의 ‘한 티끌을 들어 대천세계를 포함
              한다’는 비유와 그 뒤에 총괄적으로 말한 ‘여래의 지혜도 이와 같아

              서 중생들 몸에 갖추어져 있지만 다만 어리석은 범부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구절을 열람하게 되었다. 나는 책에 이마를 대고 나




          2)  曹郁美,  由於  《華嚴經》(八十卷本近七十萬字),  “過於龐大,  經文中出現的世界觀雖然令人驚嘆,
            但又難以捉摸. 若要具體地說, 可化約爲 「重重無盡」四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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