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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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붉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심었을 것입니다. 우리들 가슴속
          에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들이 영글었으면 좋겠군요. 여름 한때, 백일홍 꽃
          은 붉게 피어 절 마당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저 붉은빛은 사람의 혼을 빼

          앗아갈 정도로 아름다우니 풍격이 최고입니다.



            모래알 하나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본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
          북지장사 일대에는 참나리 꽃이 한창입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듯 활짝
          뒤집어진 참나리 꽃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신비입니다. 하늘의 선물처럼 나

          타난 이 아름다움은 우리들의 내면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듭니다. 자연은

          숨김없이 다 보여주지만 아둔한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시 한 구절은 내부 풍경을 번갯불처럼 일순
          환하게 보여줍니다.




              모래알 하나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본다
              당신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의 시간 속에 영원을 보라.         5)



          5)  William Blake, 「Auguries of Innocence」, 1803 :
            To see the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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