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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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         3)


               무릇 경전을 읽고 눈물을 흘린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눌은 『화엄경』의

             여래출현품을 읽었을 때 왜 책에 이마를
             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을까요?
             바로 이 구절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

             입니다. 뒤돌아보면 불교의 역사에서 한

             종파를 건립한 종조宗祖의 위대함은 경
             전을 읽는 방식의 깊이에서 나옵니다. 지
             눌 또한 자신을 구원했던 구절에 의지해

             서 객관적 기초를 세우고, 그 구절을 토

             대로 자신의 사상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지눌은 이 구절에 의지해서 자신의 한                 사진 3. 산길을 걸으면 들려오는 소리,

                                                        “너는 누구니?”
             계로부터 해방되었고, 지금껏 몰랐던 자
             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환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록

             으로 남겨 이를 읽는 후학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해 줍니다.
               『화엄경』은 세계를 비로자나불의 현현으로 파악하고 한 티끌 속에 온 세
             상이 깃들어 있으며, 순간 속에 영원이 깃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신라시대

             의상(625~702)은 『화엄경』 약 70만 자를 210자로 요약하였습니다. 어느 누

             가 방대한 『화엄경』을 이처럼 간략하게 요약하리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




             3)  知訥, 『華嚴論節要』 序文, 1207 : 至閱華嚴經出現品, “擧一塵含大千經卷之喩, 後合云,“ 如來智
                慧, 亦復如是, 具足在於衆生身中, 但諸凡愚, 不知不覺.” 予頂戴經卷, 不覺殞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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