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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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제대를 나와 인도와 유럽에서 동양미술사를 공부한 다나카는 미학과
          미술사 특수 강의에서 중국과 일본 미술사를 가르쳤다. 고유섭은 우에노
          로부터 미학, 특히 예술학을 수학하여 큰 영향을 받았는데 우에노는 비교

          예술학의 방법론을 미술사에 도입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미학연구실의 직

          원으로 있던 나카기리 이사오는 고유섭이 다나카의 동양미술사 강의에서
          도 많은 계발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실증적 조사와 과학적 연구를 특징으로 하는 예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콘라트 피들러의 예술이론을 주제로 「예술적 활동의 본질과 의의」로 학사

          학위논문을 쓴 고유섭은 1930년 3월 졸업 후 바로 경성제대 미학연구실의
          조수가 되었다. 그는 “1년 안에 서양미술사 논문을 하나 쓰고, 2년 안에 경
          주 불국사와 불교 미술사 연구를 하겠다.”고 결의를 굳게 다졌다.

           그는 다짐처럼 「미학의 사적 개관」(1930)이라는 서양미술 관련 글을 발표

          했고, 이어서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의 고유한 미의 특질을 찾기 위해 노
          력하며,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고찰」(1931)을 시작으로 불교 미술과 조각
          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규장각 소장 도서에서 회화에 관

          한 고문헌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는데, 고려 회화에 이어 조선시대의 화론

          을 집성하고 안견, 정선, 김홍도 등 개별 화가 연구를 수행했다.


            전국의 석탑과 불상 조사




           이와 함께 그가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석탑
          에 관한 연구였다. 그는 각지에 있는 탑을 조사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경
          성제대 소속 사진사와 함께 평안도부터 경상도, 전라도까지 탑 사진을 찍

          으러 다녔다. 그 결과물을 모아 1934년 ‘조선의 탑파 사진전’이라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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