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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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나무 아래 발자국 어지러우니
              방초 헤치고서 그대는 보았는가?
              설사 산 깊은 곳에 있다 해도

              하늘 향한 그 코를 어찌 숨기리.



           이 말은 “천지가 하나의 손가락, 만물이 한마디 말이며, 보이는 것마다
          소의 발자국 아닌 것이 없고, 들리는 것마다 소의 울음 아닌 것이 없으며,

          소를 가린 무성한 수풀조차도 실은 소의 자취이고, 소가 아무리 심산유곡

          에 있다 해도 하늘까지 닿는 그 기세를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하는 뜻
          으로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의 심우에서는 마음의 욕망을 가리켜 곧 우거진 숲이라 했다.

          그런데 견적에서는 풀밭[마음의 욕망]에서도 소의 발자국을 찾아볼 수 있다

          고 한다. 조금도 볼 수 없었던 발자국들이 어떻게 하여 보이는 것일까? 그
          것들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얼굴에 붙어 있는 코와 같이 항상 내 앞에
          있었다.

           이에 대해서 『능가경楞伽經』 권3에는 “황금을 변화시켜 가지가지 모양의

          것이 나타나지만 그것들이 황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한결같다.
          일체의 성품이 변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고 비유한 구절이 좋은 참고
          가 되겠다. 또 화엄종의 현수법장賢首法藏 스님은 심우도 서문에서 발자국

          모양은 한 가지만이 아니라 가지가지 있을 수 있으나 그 마음 즉 ‘소는 하

          나’라고 하였다. 풀밭에서도 소 발자국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이 말의 의미는
          사실 소는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었음을 말한다. 왜냐하면, 소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소는 이미 거기에 있다. 그래서 선사들은 “찾는

          자가 찾는 그것이다.”고 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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