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P. 99
사진 7. 운주사 마애불.
관아의 허락을 받아 인근의 승려들을 모아 파묻힌 석불과 기울어진 석탑
들을 바로 세우고 약사전을 중건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의 대웅전 뒤로 돌아가면 높은 암벽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 있
다. 얼굴 모습이 비교적 제대로 새겨져 있고 불꽃무늬 광배도 있어 불상으
로서의 격식도 갖추고 있는데, 옛날에는 골짜기를 따라 들어오면 높은 바
위 절벽에 새겨진 이 마애불을 마주했으리라(사진 7). 이곳을 지나 산길로
더 위로 올라가면 봉발형다층석탑도 있고, 원형 옥개석을 쌓은 원형이형
석탑도 있다(사진 8).
천불천탑이라고 불릴 정도이었으면 골짜기 깊이 들어와 마주친 큰 바위
절벽에 마애불을 새기고 그 주변으로 석불과 석탑을 많이 만들어 세웠는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을 해보며 산등성이 위로 올라가면 아래로 운
주사의 전체 모습이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떡 하니 앉아 있다. 사람이 앉
았던 것 같은 파인 부분도 있다. 사람들은 천불천탑을 세울 때 감독한 사
람이 앉았던 자리라고 하기도 하고, 스님들이 앉아 수행한 자리라고 하기
도 하지만 역시 말을 가져다 붙인 것이리라.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