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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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성철스님의 오매일여론이 겨냥하는 아뢰야식이 꼭
최후의 악당과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진여와의 합일이 이루
어진 수준을 점검하면서 화두참구의 심도와 지속성을 잣대로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차원이 제시된다. 첫째, 움직이거나 조용히 있거나 화
두가 또렷하게 지속되는 상태가 있다. 이것을 성철스님은 동정일여動靜一
如라고 했다. 다음으로 꿈을 꾸어도 화두가 또렷하게 지속되는 상태가 있
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몽중일여夢中一如라고 부르면서 7지 보살의 경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꿈이 없는 숙면 속에서도 화두가 또렷하
다면 이것을 숙면일여熟眠一如라고 할 수 있으며 8지 자재보살의 경지라고
규정했다. 이중 동정일여라는 말은 어록이나 경전에 자주 보이지만 몽중
일여나 숙면일여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성철스님이 창안한 용어인 것
이다.
어째서 이런 용어를 창안한 것일까? 원래 선가에서는 몽중일여와 동일
한 뜻으로 몽교일여夢覺一如라는 용어를 쓴다. 또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숙
면일여의 의미가 담긴 오매일여寤寐一如라는 말도 자주 보인다. 완전히 같
지는 않다고 한 것은 성철스님이 잠을 잘 때를 몽중시와 숙면시로 나누었
기 때문이다. 원래 오매일여는 잠잘 때(몽중시, 숙면시)와 깨어 있을 때가 한
결같다는 뜻을 함께 갖는다. 성철스님은 여기에서 몽중일여, 혹은 몽교일
여의 차원을 별도로 독립시킨다. 그리하여 오매일여를 오직 숙면시의 항
일함만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한다. 스님이 이렇게 오매일여의 의미를 한
정한 것은 화두의 지속성과 그 깊이의 질적 차이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동정일여나 몽중일여는 제6식 분별의식의 작용이 멈
춘 무상정 삼매다. 이에 비해 숙면시에 한결같은 오매일여는 제8식 아뢰
야식 차원의 멸진정 삼매다. 원래 무상정이나 멸진정이나 삼매가 지속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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