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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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남송南宋 양해梁楷의 <향엄격죽香嚴擊竹>, 상해박물관 소장.



               『경덕전등록』의 전기에서는 이를 지한의 깨달음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영우의 전기와 혹은 『오등회원』, 『영우선사어록』 등에서는 이러한 지한의

             깨달음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앙산이 찾아가 그를 점검하는 대목이 보인

             다. 앙산이 지한에게 찾아가 깨달음을 말하라고 하자 위의 게송을 다시 말
             하였더니, 앙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앙산은 “이는 예로부터 훈습薰習 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만약 바른

                  깨달음이 있다면, 바로 다르게 말해 보라.”라고 하였다. 향엄은 “작
                  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금년 가난이 비로소 가난이다. 작년 가난
                  은 송곳 세울 땅이 없었으나, 금년 가난은 송곳조차 없구나.”라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앙산은 “사제가 여래선如來禪은 알았으나

                  조사선祖師禪은 꿈에서도 보지 못했구나.”라고 말하였다. 향엄은 다
                  시 “나에게 하나의 기틀이 있어 눈을 깜빡여 그대를 보네. 만약 이
                  뜻을 모른다면 사미沙彌를 부르지 말라.”라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앙산은 바로 위산에게 “지한 사제가 조사선을 깨달아서 또한 기쁩

                  니다.”라고 보고하여 말하였다.        12)



             12)   [明]語風圓信, 郭凝之編, 『袁州仰山慧寂禪師語錄』(大正藏47, 580b-c), “仰曰: 此是夙習記特而成,
                 若有正悟, 則更說看. 香嚴又成頌曰: 去年貧末是貧, 今年貧始是貧. 去年貧, 猶有卓錐之地; 今
                 年貧, 誰也無. 仰山云: 如來禪許師弟會, 祖師禪未夢見在. 香嚴復有頌曰: 我有一機, 瞬目視
                 伊. 若人不會, 別喚沙彌. 仰山乃報師云: 且喜閑師弟會祖師禪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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