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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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 책에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탐원이 “
비록 그렇지만, 너는 얻었다 하더라도 후인은 믿지 못할 것이다.”
라고 하자 혜적은 “화상이 만약 요구하신다면, 다시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라고 하고, 바로 다시 한 책으로 모아 드렸는데,
유실된 것이 없었다. 탐원은 “그렇구나!”라고 하였다. 3)
이러한 고사로부터 위앙종의 독특한 종풍宗風인 ‘작상시의作相示意’의 연
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혜충국사가 육대 조사로부터 97개의 ‘원
상’을 전해 받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보이지 않으며, 혜충 이전의 중
국선 계통에서 ‘원상’과 관련된 기록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혜충
이나 마조馬祖 등이 학인을 제접提接할 때 ‘원상’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보인다. 또한 『인천안목人天眼目』 권4에서는 혜적의 ‘원상’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예컨대 “상相은 돈오頓悟이다. 후대에 말
하기를, ‘제불의 밀인密印을 어찌 말에 담겠는가!’라고 하였다. …… 혹은
이 가운데 ‘우牛’ 자를 써넣은 상相은 바로 종의縱意이고, 혹은 가운데
‘불佛’ 자를 써넣은 상은 탈의奪意이며, 혹은 가운데 ‘인人’ 자를 써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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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바로 긍의肯意이다.” 라고 해석하는 바와 같다.
3) [宋]普濟集, 『五燈會元』 卷9(卍續藏80, 187c), “耽源謂師曰: 國師當時傳得六代祖師圓相, 共九十七
箇, 授與老僧. 乃曰: 吾滅後三十年, 南方有一沙彌到來, 大興此敎, 次第傳受, 無令斷絶. 我今付
汝, 汝當奉持. 遂將其本過與師. 師接得一覽, 便將火燒却. 耽源一日問: 前來諸相, 甚宜秘惜? 師
曰: 當時看了便燒却也. 源曰: 吾此法門無人能會, 唯先師及諸祖師, 諸大聖人方可委悉. 子何得
焚之? 師曰: 慧寂一覽, 已知其意. 但用得不可執本也. 源曰: 然雖如此, 於子卽得, 後人信之不
及. 師曰: 和尙若要, 重錄不難. 卽重集一本呈上, 更無遺失. 源曰: 然.”
4)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4(大正藏48, 322a), “相頓悟. 後有語云: 諸佛密印豈容言乎! …… 或畫
此[ 牛]相乃縱意, 或畫[ 佛]相乃奪意, 或畫[ 人]相乃肯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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