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P. 80

침의 시각적 구현이라 하겠다.
           심우도의 일곱 번째 벽화인 망우존인(사진 4)은 집에 돌아왔지만 소는 간
          데 없고 오직 자기 혼자만 남아 있는 것을 그렸다. 그림과 함께 게송과 해

          설 등을 살펴보자.



              기우이득도가산 騎牛已得到家山
              우야공혜인야한 牛也空兮人也閑

              홍일삼간유작몽 紅日三竿猶作夢

              편승공돈초당간 鞭繩空頓草堂間


              소를 타고 이미 고향집에 이르렀으니

              소 또한 공하고 사람까지 한가롭네.

              붉은 해 높이 솟아도 여전히 꿈꾸는 것 같으니
              채찍과 고삐는 초당에 부질없이 놓여 있네.



           “잃을 것도 얻음도 없는 고향으로 돌아오니 맑은 바람이 밝은 달을 버리

          고 밝은 달이 맑은 물을 버리듯, 소는 더 이상 필요 없고 사람 또한 할 일
          없네. 아침이 되어 해가 솟아도 여전히 꿈속이다.”라는 의미로 풀어 볼 수
          있겠다.

           앞의 단계에서 소를 발견하고[見牛], 소를 붙들고[得牛], 소를 잘 길들이고

          [牧牛],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騎牛歸家]. 그러나 제7단계는 집에 아주
          돌아와 버린 단계이다. 그래서 망우존인은 도가망우到家忘牛라고도 불린
          다. 도가到家란 집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소를 찾

          아 나섰던 일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이제 채찍[각성]과 고삐[수양]는 필요



          78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