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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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방법으로 그려졌다. 근경의 숲 너머로 흰 소를 탄 동자가 피리를 불
          며 집[本性]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뒤로 멀리 원경이 펼쳐지면서 화면의 구
          도를 안정시키고 있다.




              기우이려욕환가 騎牛迤麗欲還家
              강적성성송만하 羗笛聲聲送晩霞
              일박일가무한의 一拍一歌無限意

              지음하필고진아 知音何必鼓唇牙



              소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향하니
              오랑캐 피리 소리 마디마디 저녁노을에 실려 간다.

              한 박자 한 가락이 한량없는 뜻이려니

              아는 이여,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랴.


           “등 위에 사람 없는 소, 무릎 아래 소 없는 사람. 이제 유유히 참 근원으

          로 돌아가니 소박한 가락이 노을과 나란히 가고 물과 하늘이 한 빛깔이다.

          노래 한 곡조와 노래 한 가락이 만물의 근원이니 이는 줄 없는 거문고의 비
          밀스런 곡조일세.”라 다시 이르고 있다.
           갈등이나 투쟁이 끝날 무렵 모든 것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 모

          두 하나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이제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방황

          하면서 헤맨 것도 성장의 일부였다.
           이와 같이 이원성이 사라진 경계를 기우귀가는 소와 사람이 하나가 되
          어 본가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그려 그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기우

          귀가는 동양회화 일반에도 영향을 주어 많은 화가들이 즐겨 다루는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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