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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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다시, “앎은 쉬워도 그렇게 됨은 지극히 어렵구나. 끊임없이 닦고
익히면 마침내 마음과 대상이 일치하여 잡된 것이 하나도 없는 순수함에
도달하나니, 오묘한 경지가 절로 나타나 꽃을 대하면 사람과 소가 함께 꽃
이고, 버들을 대하면 사람과 소가 모두 버들이니, 이제는 영원히 나누어질
것 없네.”라고 해설할 수 있다.
채찍은 각성의 상징이다. 그리고 고삐는 언급하였듯이 정진력, 즉 내면
의 수양을 뜻한다. 각성과 수양은 새의 양 날개와 같이 정진하는 이에게 있
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또한 중요한 것이다. 각성이 없는 수양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수양만으로는 기계적이고 습관적이 될 뿐이다. 그
래서 먼저 각성이라는 채찍이 필요하고, 두 번째로 수양이라는 고삐가 필
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훈련이 필요는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하나의 수단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여기에서도 빠져나와 그 각성이 자연스러우며 수행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안에
서 그저 계속 일어나는 현상이 될 때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때에는 고
삐를 풀어줘도 주인을 잘 따를 것이다.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여섯 번째 기우귀가에서는 소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본가本家(곧 본래의
성품)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귀가는 귀근歸根, 귀
원歸源, 귀진歸眞, 귀일歸一 등과 같은 말로서 원효성사께서 일심의 근원으
로 돌아가는 것[歸一心源]이라 한 것과도 같다 하겠다. 여기서 잠깐 『전등
록傳燈錄』 제9권 복주대안福洲大安 선사의 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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