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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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5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18 |  나는 원래 높은 산보다 낮은 산을

                                             좋아했습니다.  팔공산보다는  염불
                                             암, 운문산보다는 사리암 정도가 좋

                                             았던 거죠. 이제 나이가 드니 높은 산
             나는 숨긴 게                         은커녕 낮은 산도 힘에 부칠 때가 많

             없습니다                            습니다. 24명의 친구들과 함께 연호
                                             역 석가사 주차장에서 두리봉 산행길

                                             에 나섭니다.
             서종택 시인
                                               석가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두리
                                             봉 너머 산불초소까지 갑니다. 그냥
                                             만촌동, 범어동, 황금동을 잇는 동네

                                             뒷산입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끊

                                             어질 듯 이어지는 오솔길이 아름다운
                                             둘레길입니다. 산 아래로 대륜고, 영
                                             남공고, 정화여고, 경북고가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나는 낮은 산이 좋다



                                               좁은 산길에 우리 일행 24명이 길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을 가득 메우면서 올라갑니다. 걷는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평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범한 일입니다. 비록 평범한 행위이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지만 제대로 걷는 일은 인생에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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